병만드는 감정, 병고치는 감정

(본 칼럼은 시조사 간행물 ‘가정과 건강'에 발간되었던 기사입니다)

1957년 미국 캘리포니아 롱비치의 한 병원에서 라이트(Wright)라는 환자는 오렌지 크기만한 6개 암덩어리가 있어 곧 죽게 되었는데, 기적적인 암치료로 알려진 크레바이오젠(Krebiozen)을 주사해 주기를 간청하였다. 그 약을 주사해 준 웨스트(West) 의사는 놀랍게도 사흘 후, 암덩어리들이 ‘난로 위의 눈덩이’ 같이 녹아 없어진 것을 발견하였다. 숨쉬기 위해 산소 마스크를 써야 했던 환자가 전용비행기를 몰고 다닐 정도로 나았다. 그런데 두달 후, 그는 그 약이 암치료에 효과 없다는 기사를 읽었고, 그 직후 다시 암이 퍼졌다. 이번에는 의사는 그를 살리고자 새로 나온 더 강력한 크레바이오젠을 주사해 준다고 말하고는 식염수를 주사하였다. 그런데, 다시 암덩어리들은 놀랍게 사라졌고 라이트씨는 회복하였다. 그런데, 두 달이 지난 후, 그는 미국의학협회에서 크레바이오젠이 효과가 없다고 최종 결론을 내린 기사를 읽게 되었고, 그 이틀 후에 사망하고 말았다.

의대 교과서에 나올만큼 알려진 이 환자의 사례는 사람의 마음과 몸이 얼마나 밀접한 관계가 있고 마음가짐에 따라 병의 예후 역시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 잘 보여 준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중에 알고 있던 한 분이 암으로 사망하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가족은 그가 죽은 것이 희망을 놓아버리고 살 용기를 잃은 탓이라고 한다. 스트레스로 삶의 의욕을 잃어버린 듯 하다고.

1970년대 미국국립보건원 뇌신경과학자 캔더스 퍼트 박사는 이런 현상들을 설명할 수 있는 단서를 발견하였다. 퍼트 박사는 감정(분노, 기쁨 등) 호르몬 분자를 받아들이는 수용체가 뇌뿐 아니라 온 몸의 세포에 있어서 감정 호르몬 분자가 세포 수용체에 붙기만 하면 그 세포의 능력이 변하는 것을 발견하였다! 그는 감정으로 인해 발생한 화학물질(신경펩티드)을 ‘물질로 전환된 생각’이라고 부르고, 생각과 감정 변화에 따라 세포들도 약화되거나 힘을 얻어 아프거나 낫기도 할 수 있음을 보여 주었다.

나 자신의 경험을 돌이켜 보아도, 스트레스로 인해 차라리 아파서 쉬면 좋겠다고 생각한 얼마 후에 병이 들었고, 수개월간 배탈로 인해 병원 입원까지 했을 때는 한 책을 읽으며 마음에 기쁨과 감동을 느낀 후에 아프던 배가 나아서 원인을 검사 중인데도 다 나았다고 하며 퇴원한 적이 있다.

존스 홉킨스 대학 연구팀은 배우자 사망과 이혼, 강도 등 갑작스런 감정적 스트레스로 심장마비와 같은 증세를 일으킨 환자들을 조사하였는데, 그들에게서 카테콜라민 호르몬(부신에서 분비되는 주로 아드레날린과 노르아드레날린)이 혈액 속에 정상보다 7-34배나 다량 분비된 것을 밝견하였다. 그것이 심근병증을 일으켜 심장발작, 가슴통증, 호흡곤란, 심부전증을 일으킨 것이었다.

독일에서 있은 2,000명의 암환자와 심장병자를 대상으로 13년 동안 진행된 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감정적인 문제로 인한 발병 요인이 콜레스테롤, 고혈압, 흡연보다 6배나 더 큰 것을 발견하였다.

이러한 결과들을 보면, 우리는 그간 현대병의 원인으로 잘못된 식생활, 흡연 등 생활습관만을 중시하였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감정적 스트레스인 것을 알 수 있다. 밝혀진 바에 의하면, 병원을 찾는 환자 대부분(75%-90%)이 스트레스로 인한 질병으로 병원을 찾는다. 사실, 현대인은 급변하는 환경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밤낮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우울증이 급증하며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이와 연관하여, 저명한 정신과의사 폴 튜어니어는 “일반적인 많은 질병들은 생애에서 얻어진 심각한 불만족의 표현 이외에 아무 것도 아니다”고 하였다. 또한, 19세기에 뉴스타트 건강원리에 관한 책들을 저술한 엘렌 화잇은 “질병의 90%가 마음으로부터 시작한다… 대부분의 사람에게 육체와 정신의 질병을 가져다 주는 것은 불만의 감정과 불평의 정신”이라고 하였다.

그러면, 스트레스가 어떻게 병을 일으킬까? 스트레스를 받으면 그림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뇌의 시상하부에서 CRH(부신피질 자극 호르몬 방출인자)가 먼저 분비된다. CRH는 뇌하수체에서 ACTH(부신피질 자극 호르몬)가 분비되도록 하며, 이 호르몬이 부신피질에 자극을 주어 ‘코티솔’이라는 스트레스 호르몬을 분비한다. 이와 함께 교감신경을 흥분시켜서 부신수질에서 아드레날린을 분비시킨다. 이런 스트레스 반응은 외부의 적을 만났을 때 급히 도망하거나 싸울 태세를 갖춤으로 몸을 지키도록 돕는다. 이것은 맥박, 호흡이 가빠지며, 혈압과 혈당이 높아지게 하여 긴급대처를 돕지만 그것이 장기화되면 자연살상세포를 억제하고 면역을 떨어뜨려 질병을 일으킨다.

“스트레스가 병을 일으킨다면 반대로 마음의 즐거움은 병을 고칠 수 있지 않을까?” 1960년대 중반, 언론인 노만 커즌스는 불치 관절염의 고통 중에 이런 의문을 가졌다. 효과 없는 치료에 지친 그는 코미디 테입을 구해다 놓고 하루 종일 웃으며 스스로 이를 실험하기 시작하였다. 몇 달 동안의 웃음치료로 결국 건강을 회복한 그는 웃음치료를 개발하고UCLA 의대 교수로 초청받았고, 심신의학의 선구자가 되었다. 노만 커즌스의 요청으로 UCLA에서부터 웃음치료에 대한 연구를 해 온 이 분야의 권위자이며 필자의 논문지도교수이기도 한 로마린다대학교 리 벅(Lee Berk)박사는, “긍정적 감정들은 우리 몸 안에서 양약을 만들어 내는 놀라운 원천이다. 긍정적 감정들과 행동들은 우리의 세포들을 재생시키고, 우리의 삶에 활력을 불러 일으킨다”고 한다.

캘리포니아 알라메다 카운티 주민 7,000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의하면, 불행하고 삶에 만족하지 못한 사람들은 행복하고 삶에 만족한 사람들보다 사망률이 2-3배가 높았다. (도표 참조) 기적적인 질병의 회복사례들을 조사한 브랜던 오리건(Brendan O'Regan)박사는 “긍정적 감정이 면역계를 자극하여 병을 이기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의학계에서 더욱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한다.

뉴스위크(1990/9/24)지는, ‘의학의 미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정신신경면역학이 21세기에 가장 중요한 임상분야가 될 것이고, 이것이 현재 가장 중요한 의학 분야인 종양학과 심장학을 대체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건강한 생각이 결국 알러지로부터 간 이식을 포함한 모든 치료와 질병 예방을 위한 필수적인 요소가 될 것임을 예고하였다.

성경은, “마음의 즐거움은 양약이라도 심령의 근심은 뼈로 마르게 하느니라 (잠언 17:22)”고 한다. 현대의학이 이제 발견한 사실은 사람을 창조하신 하나님은 이미 3,500년 전에 알려 주신 것이다.

지난 20년간 서구의학은 이전에 밟지 않은 분야를 탐구하고 있다. 그것은 영성/종교의 치유력에 관한 것인데, 이런 연구들은 영성이 높은 사람들이 우울증이 적으며, 병 회복이 빠르고, 생존율이 높으며, 역경을 잘 극복하는 등을 보여 주며, 영성이 전통적 의료 치료 이상으로 면역을 높이고 치유를 촉진하는 주요 요소인 것을 보여 준다. 그로 인해 1992년에는 미국 내 3개 의과대학에서만 있었던 ‘영성과 건강’ 강의가 이제 143개 의과대학 대부분에서 개설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나 자신에게 특히 놀라운 것인데, 그것은 1992년 ‘재창조’ 건강지 창간호 사설에서 의학계에서 (나 자신의 경험으로) 치유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영성/신앙과 건강 분야를 다루지 않음에 한탄하고 아쉬움을 표한 바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학계의 변화가 나로 하여금 영성/종교로 암 등 현대병 환자들을 치유하는 프로그램 개발/실행/분석으로 박사학위 논문을 쓰게 이끌었다.

영성/종교는 다른 치유가 줄 수 없는 독특한 요소를 가진다. 그래서 아이작 막스(Isaac Marks) 박사는, “영적치유는 현존하는 정신치료방법을 훨씬 넘는 힘을 발휘할 것이다. 그 차이는 핵폭탄과 재래식 폭탄 위력만큼 클 것이다”고 한다. 이제 환자가 치료를 의사에게 수동적으로 맡기던 시대에서 스스로 마음을 다스리고 치료의 주체가 되어야 하는 심신의학 시대가 되었다. 이번호에서는 감정이 질병과 치유에 핵심이 됨과 스트레스 극복과 긍정적인 감정을 가지는 것 중요성을 살펴 보았다. 다음부터는 상황을 초월하여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영적/정신적 원리들을 살펴 보고자 한다.